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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직원에게 돈을 빌려준 협력업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 장효진 | 24-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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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최근 퇴사 예정 직원과의 면담 과정에서 회사의 제품 포장지 구매업무를 담당하는 자신의 부서 부장 B가 포장지 공급업체 C사로부터 접대를 받고 돈도 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사가 B 부장과 C 업체를 조사해 보니, 실제 B 부장이 3년 전 C 업체로부터 개인적으로 3천만 원을 빌린 사실을 확인하였다. B 부장은 지난 해에도 회사에 포장지를 공급할 업체로 C 업체와 재계약을 체결하였다.
A사는 회사 담당 직원과 부적절한 금전 거래 관계를 맺은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C 업체에 통보하였다. A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C 업체 대표는 당시 저녁 자리에서 B 부장과 여러 얘기를 나누다가 B 부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돈이 필요한데 구하지 못하고 있는 딱한 사정을 알게 되어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고 이자 약정도 한 정상적인 금전거래라고 한다. 당시 5년 기간으로 빌려주었고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다 받을 것이기 때문에 B 부장에게 뒷돈을 준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B 부장 입장에서 보면, C 업체를 탈락시키고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하면 C 업체가 빌려 간 돈을 빨리 갚으라고 할 것이니, 업체 선정을 공정하게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A 회사 입장에서도 3천만 원이 실제 빌렸다가 갚을 돈인지, 아니면 뒷돈을 받은 것이 발각될 경우를 대비하여 금전거래로 위장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해상충의 문제다. 과거에는 회사 직원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사후적으로 징계와 계약해지 등으로 대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대응으로는 직원과 업체 간의 부적절한 거래를 막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직원의 공정한 업무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을 이해상충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사전적인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추세다.
A 회사가 회사 직원에게 부적절한 돈을 준 것을 이유로 C 업체와의 계약해지를 통보한다면, C 업체는 정상적인 금전거래이지 부적절한 돈이 아니라고 다툴 것이다. 그에 대한 최종의 답은 재판이라는 긴 절차를 거쳐야 얻을 수 있다.
A사가 처음부터 계약서에 협력업체가 A사 직원과 개인적인 거래를 하는 행위를 이해상충으로 정하고, 협력업체의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거나 사전에 A사의 승인을 얻도록 정해 두었으면 어땠을까?
이해상충으로 인한 공정성과 신뢰 훼손의 사례를 자주 접하면서도, 정작 우리 회사 직원과 협력업체 간에는 어떠한 이해상충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협력업체가 이러한 이해상충 상황을 이용하여 회사와의 거래 기회를 얻거나 유지하는 경우, 회사가 협력업체에 어떠한 계약상의 권리 주장을 할 수 있고 회사의 이익 침해를 보호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과 노력없이 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꼼꼼한 계약서는 회사가 재판이라는 길고 비싼 터널에 들어가야 하는 확률을 줄여준다. 법원에 가지 않게 해 주는 계약서가 좋은 계약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