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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힘 쏟는 제약·바이오업계…"글로벌 투자 유치에 중요 | 이수현 | 24-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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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의약품 생산시설을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의약품 용기와 포장을 단순화하거나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있다. 회사가 있는 지역의 멸종위기종 보호 활동을 하는가 하면, 친환경 국제 인증을 획득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쟁력은 생산력과 품질, 기술 기준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기업들의 ESG 경영 활동이 기업의 경쟁력의 주요 요건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ESG 기준을 무역협정에 적용하고 공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ESG 경영을 잘 하면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더 용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친환경 공정, 에너지에 진심
대웅제약은 불필요한 의약품 포장재를 없애고, 용기를 단순화해 제품당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출고량이 동일하다는 기준 하에 지난해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플라스틱 사용량을 전년 대비 약 1680t이나 줄이는 성과를 냈다.
회사는 직원과 약국의 의견을 수렴해 병 포장 제품의 완충제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디아이벡스정, 우루사정, 대웅로수바스틴정, 누리그라정의 포장재를 제거하고, 임팩타민 프리미엄정의 용기를 단순화했다. 스타빅현탁액의 포장재는 재활용 친환경 포장재로 바꿨다.
공장 조명도 바뀌었다. 대웅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공장 내 모든 전등을 LED(발광다이오드)등으로 바꾸고 있는데, 이 역시 ESG경영의 일환이다. 일반 조명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면 소비전력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광효율(전력당 발산되는 빛의 양)을 30%까지 높일 수 있다. 그만큼 전력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 엘하우스 공장에 LED 조명을 설치하고, 물 재활용 시설과 친환경 냉매 등을 도입해 기존 대비 30% 이상 에너지를 절약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2022년에는 국제표준 환경경영시스템인 ISO 14001을 획득했다. 더 나아가 지난 16일 에너지 기업인 SK E&S와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6년부터 20년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공장을 비롯한 주요 사업장이 SK E&S가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공급받는다.
회사 측은 “ESG 공시가 의무화되고 탄소배출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현실화하면서 친환경은 기업의 지속적 생존과 성장에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실시한 ESG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2021년 첫 평가서 B등급을 획득한 이후 2022년 BBB에 이어 지난해 A로 등급이 올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2년부터 ESG 보고서도 발간하기 시작했다.
GC녹십자도 지난해 제약업계 최초로 SK E&S와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6년부터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GC셀은 환경부 환경정보공개제도에 참여했으며, 재생에너지 전환 준비 일환으로 K-RE100에 기업 등록을 마쳤다. K-RE100은 한국에너지공단에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실적을 제출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인증받는 제도다.
셀트리온은 2023년 약 13억원의 친환경 투자를 집행하고, 사업장이 있는 송도 인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활동을 펼쳤다. 또,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소외계층 지원, 호우 피해 복구 성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2% 감축, 2045년까지 100% 감축(넷제로)을 목표로 하는 ‘셀트리온 2045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2023년 전년 대비 30% 증가한 1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주식 소각도 병행했다. 기존 6개의 국제표준 인증에 더해 정보보호경영시스템(ISO 27001)을 추가 취득했다.
◇삼바는 글로벌 상위 10% 평가 받아
셀트리온은 지난해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인 DJSI 아시아태평양, DJSI 코리아에도 편입됐다.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서 발표하는 지속가능성 평가 지수다. DJSI 아·태 지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600대 기업 중 상위 20% 이내, DJSI 코리아는 국내 유동 시가총액 상위 200대 기업 중 업종별 상위 30% 이내 평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지표로도 활용된다.
나아가 DJSI 월드(World) 지수 편입은 지속가능경영 평가가 글로벌 상위 10%에 해당함을 의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인 DJSI 월드, DJSI 아시아태평양, DJSI 코리아에 3년 연속 편입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ESG 경영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ESG 보고서가 글로벌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보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속가능경영 업무를 총괄하는 김동중 부사장은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미국의 기후공시 등 국제사회는 ESG 공시 의무에 대한 실질적인 실행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외부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ESG전략을 이행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필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24 ESG 보고서에서 유럽 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을 기반으로 한 ‘이중 중대성 평가’를 확대 적용했다. 이중 중대성 평가는 기업 전반에 ESG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 경영 활동이 사회·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 재무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 핵심 중대 이슈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준법 경영과 윤리 경영, 고객 안전과 보건, 인재 영입과 육성을 비롯해 13개 중대 이슈를 도출했다.
유한양행은 작년 S&P 글로벌의 평가에서 ESG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DJSI 코리아에 신규 편입됐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약속하는 ‘한국형 RE100(K-RE100)’에 가입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달성하기 위한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 2030년까지 작년 배출량 대비 30% 감축을 중간 목표로 설정했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독은 이달 초 올해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경영은 앞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2025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받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주요 협회들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는 중소형 기업들의 ESG 경영 활동을 돕기 위한 지원·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